홍수영·정치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2일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왜 대통령의 라스트 네임(성)으로 그룹 이름을 짓느냐. 비박이라고 하면 대통령을 ‘비토’한다는 뜻으로 잘못 인식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분류할 필요가 있다면 차라리 ‘주류-비주류’라고 써야 한다”며 “친박-비박 표현은 옳지 않고 대통령도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고 지난번에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언론이 모든 사안을 친박-비박 프레임으로만 재단하려 한다면 그 또한 지적을 받을 여지가 없지 않다. 그렇다 해도 ‘친박-비박 표현을 쓰는 언론과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새누리당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박의 연원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당시엔 친박 대 친이(친이명박) 구도였다. 2009년 1월 여당 출입을 시작하며 의원들로부터 들은 첫 인사도 “(담당이) 친박이냐, 친이냐”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계파는 더 강고해졌다. 오죽하면 ‘진박’이라는 용어까지 나왔을까. 물론 친이는 소멸됐지만 그 자리를 ‘비박’이 대체했다.
한 친박 의원은 “언론이 친박을 폐족(廢族)하려 한다”고 억울해한다. 억울해할 게 아니라 진짜 폐족 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친박-비박’이란 표현은 언론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 그러나 친박-비박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계파가 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게 기자의 고민이다.
홍수영 정치부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