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맨부커상 수상의 ‘1등공신’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가 올해 초 영국예술재단에서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영국예술재단 제공
한강 씨(46)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29)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식주의자’의 해외 진출과 수상에는 스미스 씨의 공이 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어 21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 하지만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던 그는 “한국어를 선택한 것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런던대에서 한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 역시 작품성을 알아봤다. 섬세하게 번역된 ‘채식주의자’를 본 순간 맥스 포터 포르토벨로 수석편집자는 “완벽하게 설득당해 성공을 확신했다”고 술회했다. 시인이기도 한 포터 씨는 영국의 대표적 시인의 이름을 딴 딜런 토머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미스 씨는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한 씨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번역해 올해 초 영국에서 출간했다. 외국인이 5·18민주화운동을 잘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 이 운동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는 역자 서문을 실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스미스 씨는 번역 문학책을 내는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를 최근 설립했다. 안도현 씨의 ‘연어’를 비롯해 배수아 씨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도 번역했다. 다음 달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석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