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엄마의 편견깨고 희망찾기
▲14일 서울 마포구 TGI프라이데이스에서 열린 돌잔치에서 만난 임진아(가명·왼쪽) 씨는 “한순간의 실수지만 혼자라도 책임을 지려 하고 엄마 아빠 둘이 짊어지기도 힘든 걸 혼자 해내는 미혼모들을 욕하면 안 된다”며 우리 사회가 편견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임진아(가명·22·여) 씨는 “미혼모 스스로 당당하게 생각해야 사람들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는 ‘결혼을 안 한 엄마’라는 뜻일 뿐”이라며 “엄마 아빠 둘이 감당하기도 힘든 짐을 혼자 짊어지려는 것이니 정말 대단한 건데, 사람들도 이상하게 보면 안 된다”고도 했다.
○ “나부터 당당한 엄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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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요타요 타요타요∼ 개구쟁이 꼬마버스∼” 진아 씨가 노래를 불렀다. 딸이 카메라 렌즈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진아 씨는 “매일 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친구나 지인들이 ‘혼자서 아이를 정말 잘 키웠다’고 할 때마다 내가 한 선택이 맞았고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행복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 아이는 하늘이 준 축복
그날 귤껍질을 까는 순간 진아 씨는 코를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상했다. 귤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다. 몇 주째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가슴을 쾅쾅 치는 순간 머릿속에 그 남자와의 ‘그날’이 떠올랐다.
2014년 9월, 병원에서는 5주차라고 했다. 엄마 아빠 언니 남동생 그리고 친구들 얼굴이 차례차례 지나갔다. ‘어떻게 이야기하지, 어떻게 살지….’ ‘어떻게’라는 질문을 끝내준 건 ‘새벽이’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만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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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우는 행복이 고통보다 훨씬 커
그해 12월, 진아 씨 집에 양가 어른들이 모였다. 눈이 퉁퉁 부은 진아 씨 엄마는 “집과 생활비를 보태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부모는 낙태수술 이야기를 꺼냈다. 남자친구도 돌아섰다.
부모 얼굴을 보는 게 죄송했던 진아 씨는 지난해 3월 미혼모복지시설 구세군두리홈에 갔다. 국내에 진아 씨 같은 미혼모가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 국내 양육 미혼모가 3만5809명(2013년 기준)이라고 추정했다. 2010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는 1만6140가구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미혼모뿐만 아니라 이혼 사별 등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 엄마 아빠가 모두 포함돼 있다.
지난해 5월 8일 병원을 찾아온 진아 씨 엄마는 손녀딸의 이름을 지어 왔다. 퇴원 후 진아 씨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 때문에 꼼짝할 수 없는 진아 씨의 월수입은 정부가 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에게 주는 ‘아동양육비’ 15만 원과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올해 12월까지 주는 ‘꿋꿋한 엄마’ 아동양육기금 20만 원이 전부다. 아동양육비 15만 원마저도 만 24세가 넘어가면 10만 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진아 씨가 아이를 입양 보냈다면 해당 가정은 양육수당으로 월 1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여성부 담당자는 “자기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지원을 덜 해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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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진아 씨는 몇 차례나 자신과 딸의 실명 및 사진을 모두 공개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는 그가 밝힌 사연과 메시지만으로도 미혼모들과 독자들에게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보고 가명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