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노라면 행복감으로 충만
정도연 감독에게 3번의 운명적 만남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연출 스승 그리고 올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난 뒤 서울예술대 영화과를 진학한다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때 “아이고”라는 곡소리가 절로 났다. 영화판이 너무나 힘들 뿐만 아니라 ‘대박’은 고사하고 근근이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여자로서 무수한 인력을 지휘하는 영화감독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가족이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그리움, 열정, 희망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매주 주말이면 아버지 손에 이끌려 극장에 갔던 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회사 영업 일을 잠시 접고 프로덕션 회사에서 편집을 배우면서 ‘영화는 운명’이라는 영감을 받았다. 학창 시절 은사였던 고 김효경 교수는 공연 연출에 눈을 뜨게 만든 스승이었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제주의 올레는 또다시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올레길을 걷노라면 혼자서 중얼거리고, 춤을 추게 만든다. 행복으로 충만한 심정이 어떤지 일깨워 준다. 그 길에서 긍정의 마인드를 일부러 끄집어 내지 않아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올레는 자신의 삶과 자연, 사람과 소통하는 자세를 만들어 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