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반통증증후군 환자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안강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안강 안강병원장은 “골반 통증은 부위가 남에게 쉽게 털어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곳인 경우가 많지만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증세를 키우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안강병원 제공
안강 안강병원장
병원에는 골반 중에서도 엉치뼈와 엉덩뼈 사이에 있는 ‘천장관절’이 아프다며 오는 환자가 많은데, 사실 천장관절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걷기 힘들 정도로 아플 뿐 아니라 걷는 형태조차 달라지므로 금방 진단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허리 △골반 안팎의 인대 근육 △고관절 등 세 군데를 검사하면 원인까지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장기와 관련된 통증도 종종 보게 된다. 남성은 소변을 볼 때 배꼽 아래에서부터 사타구니뿐 아니라 안쪽 다리까지 통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 전립샘의 문제가 많은데 전립샘의 문제는 염증성과 비염증성으로 나눈다. 염증성은 전립샘에 세균이 존재한다는 의미인데, 잠재적 균에 의해 전립샘암으로 악화될 수 있고 증상도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40대 남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항문거근증후군은 대변을 볼 때 항문을 끌어올리는 근육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길게는 수십 분까지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여성은 성관계 도중 날카로운 통증이 발생하거나, 심지어 옷깃만 스쳐도 아픈 경우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골반통증증후군의 문제는 치료뿐 아니라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은 얼핏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특히 골반과 관련된 통증은 그 정도가 심하고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남에게 쉽게 털어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곳이라 더욱 그렇다.
진료했던 환자 중에 골반 통증에 심하게 시달렸던 부인이 있었다. 극심한 통증 탓에 수년간 성관계를 하지 못했고, 우울증과 불안증이 겹쳐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사례다. 하지만 그 환자에겐 다행히 아내의 증상을 참고 견뎌 주는 남편이 있었다. 증상에서 헤어 나오기 위한 치료와 운동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남편은 묵묵히 참아줬다. 치료가 교착 상태에 빠질 땐 부인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의사인 내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환자의 증상이 호전됐을 때 부부가 함께 고맙다는 말과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지을 때 가슴이 뭉클했고 의사로서 행복했다. 아직도 그 남편을 생각하면 내 인격이 많이 모자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