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전히 조부모는 육아의 강력한 조력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이다. 요즘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조부모가 있다는 것을 큰 복이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조부모가 아이를 봐주는 것을 행운이라 하여 ‘로또육아’라 하고, 조부모 입장에서는 인생의 황혼기를 누리지 못해 ‘독박육아’라는 표현을 쓴다.
실제 많은 조부모가 조부모육아(황혼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힘들뿐더러, 내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한 치 건너 손주를 보려니, 아이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죄책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고 한다.
임영주 교수는 “조부모육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를 맡기기 전에 구체적인 육아분담과 기간 및 장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부모는 조부모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어디까지나 ‘내 아이’이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직접 해야 할 역할 중에는 훈육도 포함된다. 주 양육자 역할을 하는 조부모를 아이가 싫어하게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를 훈육할 때에는 조부모가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조부모에게 육아에 대해 논의할 때도 아이가 없는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임영주 교수는 “조부모 육아 양육비는 정해진 날짜에 정한 액수를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감사함을 담아서 조부모가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건네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조부모도 양육비를 기꺼이 받아 당신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부모육아의 갈등은 단순한 육아의 견해차나 양육비 부분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부모 육아의 숨겨진 갈등은 생활 전반에서 드러난다. 조부모가 냉장고의 반찬통 위치, 집 안의 청소상태 등 살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려 들 때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더불어 조부모 육아에서 가장 조심하고 신경 쓸 부분은 서로를 배려하는 언어습관이다.
임 교수는 “조부모육아에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가족끼리는 늘 생략하면서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모는 조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자주 전하고 조부모는 설사 자녀의 표현이 부족하더라도 그 마음을 이해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EBS <낭랑 108세: 조부모 육아, 해법 찾기> 화면 캡처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김수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