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웹사이트들은 자발적인, 우리가 손수 만드는 형태의 감시가 벌어지는 전장이며 염탐과 탐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수기관들을 양과 경비 측면 모두에서 훨씬 능가한다.―도덕적 불감증(지그문트 바우만, 레오니다스 돈스키스·책읽는수요일·2015년) 》
올해 초 호화 해외출장 논란을 빚은 방석호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전 사장이 사퇴한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역할이 컸다. 방 전 사장의 딸이 인스타그램에 ‘#아빠출장따라오는#껌딱지#민폐딸’이란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려 가족과 함께 출장을 다닌 사실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SNS 때문에 거짓말이나 범죄가 드러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야 한다’는 SNS 시대의 교리가 만든 결과다.
광고 로드중
문제는 이러한 자발적 연결의 세계가 역설적으로 ‘진짜 연결’을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문제에 직접 행동하는 대신 마우스 몇 번 클릭하고 온라인 청원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공동체가 네트워크로 변모하고, 상호적 관계는 일방적으로 끊을 수 있는 개인적 의지로 대체된다. 이는 내 옆의 누군가를 잊는 것,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도덕적 불감증을 불러온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회에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경고한다. ‘도끼를 손에 쥔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든 도끼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자르고 있는 도끼의 날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기술 자체가 우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 대신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