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토요판 커버스토리]‘전기차의 섬’ 제주서 하루 동안 직접 타보니

입력 | 2016-05-07 03:00:00

[전기차 ‘급가속’]
한라산길 급경사에 주행가능거리 뚝 떨어져… 배터리 방전될까 조마조마




전기차 왕국으로 불리는 제주에서 기자가 직접 전기차를 타고 시범운행을 했다. 머지않아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하면 완벽한 친환경 차량이 된다.

지난달 5일 시승용 차량에 몸을 싣고 제주도청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시승차는 기아자동차가 생산한 전기자동차 ‘레이’. 2012년 출고된 차량으로 현재 제주도의 업무용 차량으로 쓰이고 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한 상태에서 출발하자 계기판에 주행가능거리가 90km로 표시됐다. 전기차답게 4년 된 차량인데도 주행 때 소음이 전혀 없었다. 정지신호일 때는 시동이 꺼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가속 때는 전기를 사용 중이라는 표시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내리막길에서는 충전 중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첫 목적지는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앞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순간 가속을 시도했다. 시속 60km에서 불과 3, 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올라갔다. 휘발유나 경유 차량 가속 때 나오는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편안했다.

제주시 구좌읍 지역 해안도로로 진입하면서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등에서 나온 전기로 충전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라는 구호를 내건 제주도는 LG화학, 현대중공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풍력발전기의 안정적인 전력 생산과 효율적인 저장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착수했다.

성산일출봉 부근에 이르자 편안했던 마음이 급해졌다. 주행가능거리가 57km로 떨어진 것이다. 급속충전이 필요한 시간. 출발 전 급속충전기 위치를 확인했지만 불안감이 앞섰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제주전기자동차 콜센터(1899-8852)로 전화했다. 이곳에서 안내받은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전세버스와 렌터카 등으로 만원이었다. 전기차 충전기는 한쪽 구석에 있었다.

‘연결하다 감전되면 어떡하지.’ ‘비 올 때도 괜찮을까.’ 갖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충전은 불과 10분 만에 끝났다. 주행가능거리는 다시 89km로 높아졌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방향으로 갈 때는 해발 200∼300m 지역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이용했다. 직선 도로보다 배터리 소모가 빠른 듯했다. 서귀포시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다시 충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주행가능거리가 15km까지 떨어지자 충전이 필요하다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제주도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중문관광단지 인근 사찰인 약천사에서 겨우 급속충전을 해 주행가능거리를 다시 늘렸다.

제주도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을 지나다 해발 1100m에 이르자 주행가능거리는 다시 25km로 뚝 떨어졌다. 실제 거리는 15km에 불과한데 급경사를 오르면서 배터리 소모가 많았던 것이다. 내리막길에서 자가 충전 덕분에 제주도청에 도착하자 다시 45km로 높아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기자는 127km를 주행하는 동안 2차례 충전했다.

이날 전기차 자체의 성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잦은 충전과 부족한 충전시설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제주지역에는 공공용 급속충전기 49대, 완속충전기 192대가 보급됐다. 민간사업자도 급속충전기 38대, 완속충전기 92대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는 2368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올해 국비 등으로 차량 가격을 지원하는 제주지역 공급물량은 4000대. 제주도는 2012년부터 섬 전역을 자동차 매연이 없는 ‘탄소 제로 지역’으로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2030년에 차량 37만7000여 대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