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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45년 만에 벌이는 전설들의 기타 대결

입력 | 2016-05-05 03:00:00

2016년 5월 4일 수요일 맑음. 23집 가수.#207 Santana ‘Fillmore East’(2016년)




1960, 70년대 황금기 멤버들을 모아 신작 ‘산타나 Ⅳ’를 내놓은 산타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추억을 돌려보자. ‘동남아 순회공연을 방금 마치고 돌아온’만큼이나 한국적인 경력 자랑 수식어는 ‘3집 가수’ ‘5집 가수’였다.

한때 우린 신승훈 1집, 김건모 2집, 서태지와 아이들 3집에 열광했다. 근데 서구에서는 몇 번째냐가 강조된 ‘1집’ ‘2집’ 대신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랄지 ‘Hunting High and Low’처럼 주제가 강조된 음반 제목을 많이 써온 것 같다. 그쪽 사람들도 ‘아무개의 세 번째 앨범을 젤 좋아한다’는 식의 말을 곧잘 쓰긴 하지만.

음악인의 농간 탓에 몇 집인지 유달리 더 헷갈리도록 만들어진 음반들이 있다. 며칠 전에도 두 장 나왔다.

첫째는 ‘Santana IV’. 노장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69)가 1960, 70년대 황금기 멤버들을 45년 만에 다시 모아 내놓은 신작이다. 4집 절대 아니다. 집으로 치면 23집인 이 작품에 ‘IV’가 붙은 건 ‘Santana III’(1971년)의 멤버와 영광을 계승한다는 선언.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 때부터 함께한 그레그 롤리(보컬, 건반), 마이클 슈리브(드럼)는 물론이다. 1970년대 초 재적한 기타리스트 닐 숀(그룹 ‘저니’)까지 이번에 다시 뭉쳤다. 신작 속에서 숀과 산타나가 오랜만에 벌이는 기타 결투가 쫀득하다.

둘째는 ‘Weezer’. 미국 베테랑 록 밴드 위저의 신작이다. 위저가 ‘Weezer’란 앨범을 내는 건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1, 3, 6집 제목이 모두 ‘Weezer’. 각각 블루 앨범, 그린 앨범, 레드 앨범으로도 불린다. 구별을 위해 하릴없이 표지 색깔을 붙인 것. 이번에 낸 10집 ‘Weezer’는 배경이 하얘서 벌써 화이트 앨범으로 명명됐다. ‘California Kids’부터 ‘Thank God for Girls’까지. 강력한 처음 세 곡만 들어봐도 답이 나온다. 멜로디와 에너지로 꽉 찬 음반.

한국엔 강산에가 있다. ‘…라구요’가 든 1집(1993년)에 ‘Vol. 0’(0집)이란 이름을 붙인 통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든 4집(1998년)은 ‘Vol. 3’, ‘명태’가 든 7집(2002년)은 ‘Vol. 6’다. 그 사이 앨범은 모조리 ‘더하기 1’을 해야 몇 집인지 나온다. ‘Vol.…’을 안 붙인 8집 ‘물수건’(2008년) 이후 새로운 정규앨범이 없다. 9집은 언제 나올까. 제목으론 ‘Vol. 8’을 추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