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인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한 금품 로비 등 비리를 근절하고자 군 시설 중 군인 주거나 복지에 관련된 시설 등 일반시설에 대한 설계도 최종 심사를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군이 군 시설에 대한 설계 심사를 외부에 맡기는 건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국방부는 3월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차기전투기(FX)인 F-35A를 보관할 격납고 건설 사업(2400억 원 규모)을 수주하기 위해 군인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 같은 쇄신책을 내놨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우선 다음달 심사가 진행될 1225억 원 규모의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은 국토부에, 7월 심사할 1013억 원 규모 평택 미군기지 숙소 건립 사업은 조달청에 시범적으로 심사를 위탁했다.
그동안 군 시설 설계도 심사는 국방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심의분과위원회에서 진행해왔다. 특별심의분과위는 각군 공병·시설 병과의 영관급 이상 장교 40명과 건축 전공 교수 등 민간 전문가 28명 등 68명으로 구성돼 있다. 군은 군 시설 건설 사업에 대한 최종 설계도 심사를 진행하기 직전 12~20명을 심사위원으로 차출해 3박 4일 일정으로 심사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군 생활관 건설 같은 일반시설 심사부터 전투기 격납고 건설 등 특수시설 심사에 이르기까지 군내 굵직한 건설 사업을 모두 심사하며 최종 입찰 업체를 선정했다.
군은 로비 등 비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우선 2개 사업에 대한 심사를 외부에 위탁한 뒤 결과를 보고 일반시설 전체에 대한 심사 위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정 사업 설계도 최종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 12~20명에 선정되기 전에 로비를 받거나 입찰 참여 업체 측 인사를 접촉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군 관계자는 “처벌 근거를 만들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최근 요구했다”며 “국토교통부 측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군은 군 특수시설 사업에 대한 업체 심사는 지금처럼 현역 군인들이 계속하는 만큼 심사위원들에 대한 감찰 활동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