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살인사건 범행 직후 CCTV공개…진범 검거
경찰이 놓칠 뻔 했던 살인 용의자를 검찰이 붙잡았다. 과학수사의 힘이었다. 경남 마산지역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던 무학산 50대 여성 등산객 살해범이 범행 6개월여 만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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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경찰에서 “혼자 마산여중 쪽에서 무학산에 올랐다가 정상(762m)에서 마주친 이 씨를 따르며 20분 정도 하산하다 인적이 드문 속칭 ‘깔딱고개’의 간이쉼터 인근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정 씨는 반항하는 이 씨를 등산로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며 폭행한 뒤 옷을 벗기려다 실패하자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정 씨는 다시 무학산 정상을 거쳐 무학여중 쪽으로 내려와 창녕, 양산 등을 통해 경북 방향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연인원 1만2000여 명을 투입하고도 해결하지 못하던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이 사건을 지휘한 창원지검 마산지청이 4월 18일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이 씨 소지품 분석을 의뢰한 것. 대검은 소지품 17점 가운데 오른손에 끼었던 등산용 장갑을 잘게 잘라 가죽 재질에 남아 있던 정 씨 땀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30일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는 이 씨 소지품을 분석했으나 정 씨 유전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박기원 국과수 법생화학부장은 “규정에 따라 처리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유류품을 분석한 뒤 경찰에 반환하도록 돼 있어 파괴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앞으로 중요 증거물은 사건 초기에도 파괴검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경찰청과 협의를 마쳤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무학산 주변 폐쇄회로(CC)TV를 포함해 창원지역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 3000여 대를 검색했다. 사건 발생 시간을 전후해 CCTV에 나타난 남자 등산객 110명 가운데 100명 안팎을 조사했으나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9명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정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정 씨 모습은 무학산 정상과 등산로 입구 CCTV에 나타지만 뒷모습이거나 화면이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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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이 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 반경 자택을 나가 정 씨가 산행을 시작한 곳과 반대쪽인 내서읍 원계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오후 1시 10분경 정상에 도착한 이 씨는 남편에게 휴대전화로 사진과 함께 ‘사과 먹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이 씨 남편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하루 뒤인 29일 오후 3시 40분경 무학산 6부 능선에서 이 씨 시신을 수습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