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빌딩 1층 업종, 10년전과 비교해보니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D타워 1층에 의류업체 유니클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오피스 밀집 지역에 보기 드물게 개점한 이 매장에는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을 이용해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퇴근 이후나 주말에 도심에서 여가나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울 도심 대형 빌딩의 1층 상권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 점포 등 업무와 관련된 사업 서비스 관련 업종이 차지하던 1층 공간을 카페, 의류매장, 음식점 등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면 썰렁하던 ‘도심 공동화’ 현상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도심 빌딩 1층의 변신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오피스 빌딩 1층 상가가 음식점, 의류매장 등으로 다양하게 채워지면서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도 도심이 붐비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결혼을 미룬 싱글족이나 직장인들이 직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직주근접(職住近接)’ 현상이 두드러지며 도심의 ‘탈공동화’가 진행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서울 도심 대형 빌딩의 1층 공간에는 10년 전 보이지 않았던 음식점과 의류매장도 늘었다. 올해 4월 현재 음식점과 의류매장의 비중은 각각 18.6%, 5.1%로 조사됐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지하 아케이드에 있던 음식점이 1층으로 올라오고, 의류매장까지 등장한 것이다.
평일에 쇼핑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복판인 D타워 1층에 문을 연 의류매장 ‘유니클로’도 평일 쇼핑족을 겨냥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직후에 쇼핑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 광화문 오피스 중심 지역에 문을 열었다”며 “프리미엄 리넨셔츠 등 다른 매장에 비해 고급 비즈니스룩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빌딩 ‘틈새공간’ 임대업도 등장
유통회사들이 오피스 빌딩에 매장을 내기 시작하면서 빌딩 안의 숨은 공간을 발굴해 건물주와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신종 임대업도 생겨나고 있다. 공간중개 벤처기업 ‘스위트스팟’은 건물주들의 부탁을 받아 빌딩의 빈 공간을 발굴하고 적합한 사업자를 찾아준다. 건물 공간은 주로 상품 전시장으로 이용된다. 직장인 소비자들이 전시 공간에 들러 마음에 드는 상품의 QR코드(스마트폰용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주문하면 물건을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준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프라임 오피스에는 소비 수준이 높은 직장인들이 많이 근무한다”며 “대형 빌딩 1층 공간을 단기로 빌리면 백화점보다 비용도 적게 들어 최근 유통회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