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이광형 교수 동아일보 단독 대담]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왼쪽)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묻는 이광형 KAIST 교수에게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인간이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결국 인간이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하라리 교수와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62)가 2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만나 인공지능과 인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교수는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자 올해 초대 미래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중국, 대만에 이어 한국에 온 하라리 교수는 “베이징에서 목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 갔다. 서울은 베이징보다 공기가 훨씬 좋다”며 연신 물을 들이켰다. 이 교수가 주로 질문하고 하라리 교수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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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스템이다. 가령 목적지로 더 빨리 싸게 데려다 주는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택시 운전사는 쓸모없어지게 된다. 인공지능은 의사가 하는 일도 더 많이, 더 잘 해낼 수 있다.”
―‘직업=인간’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여러 직업을 대체하면 인간은 더 적게 일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여가를 즐기는 활동이 늘어나면 새로운 직업이 또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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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위협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완전히 새로운 경제적인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모습일지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공산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은 훌륭하지만 현실에 적용했을 때는 전혀 달랐던 걸 생각해 보면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조직화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상상하고 인지하는 능력은 사람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의식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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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개의 독립된 국가 체제로는 지구온난화, 인공지능의 위협 등을 해결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 성장을 멈추는 것이지만 어떤 국가도 경제 성장을 멈춰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개별 국가 위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 기구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2050년의 세상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아이들은 교사나 연장자에게 기존의 지식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일지 모른다. 모르는 걸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늘 변화하며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나.
“인간은 경제, 정치 등 주변 환경을 바꿔서 행복해지려고 애썼다. 무엇을 더 가져서 맛보는 행복은 일시적이다. 자기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매일 두 시간씩 위파사나 명상(호흡 중심의 불교 수행법)을 하고, 매년 30∼60일 정도 외부와 완전히 단절한 채 명상을 한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인류가 미래에 맞을 기회와 위협 등을 짚은 ‘미래의 역사(The History of Tomorrow)’가 올해 9월 영어로 출간된다. 한국에는 내년쯤 나올 예정이다. 하라리 교수는 새 책에 대해 “미래에 대한 예언서가 아니다. 인류가 미래에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지도를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역사책을 쓰는 작업도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힘주어 말했다.
“기술이 답을 주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되면 기술이 사람을 통제하게 됩니다. 기술은 우리가 묻는 질문에 답을 할 뿐 질문을 하는 건 우리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