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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심 보석기각 정운호, 변호인단에 30억 추가 내걸고 집유 독려

입력 | 2016-04-25 03:00:00

女변호사 폭행사건 파장… 법조계 수임 생태계 드러날지 주목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변호인단에 성공보수 30억 원을 추가로 내거는 등 총 50억 원을 들여 자신의 보석이나 집행유예 석방을 독려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구속 피고인의 보석 결정을 둘러싼 변호인 수임료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나면서 향후 법조계 내부의 은밀한 수임 생태계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즉각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다.

○ A 변호사 “나는 정 대표의 금전출납부 역할”


부장판사 출신의 A 변호사(여)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도박사건 1건만 맡은 게 아니다. 정 대표의 호텔 종업원 폭행 건 대응 등 민형사 사건 최소 9건 이상에 대응해 변호인만 24명(자문 변호사 포함) 이상이 동원됐다. 자금 지출 명세를 보면 나는 사실상 수감 중인 정 대표의 ‘금전출납부’ 역할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A 변호사를 중심으로 항소심 변호인단을 새로 꾸렸다. 양 측은 “20억 원으로 대형 로펌 1곳이 포함된 드림팀을 꾸리고 석방을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로 계약했다.

A 변호사는 “비용은 3억, 7억, 10억 원으로 3차례에 걸쳐 입금 받았다”며 20억 원의 사용 명세를 상세히 설명했다. A 변호사는 3억 원(세후 1억7000만 원)으로 대형 H로펌 부장판사 출신 B 변호사와 1억1000만 원대 수임 계약을 체결했다. 변호인 명단에 총 8명이 올랐다.

7억 원(세후 4억3000만 원)은 정 대표의 호텔 여종업원 욕설 사건 관련 합의금 등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 대표 측은 폭행 의혹이 보도된 모 주간지 전체를 5500만 원을 주고 사들여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 3명을 상대로 1억 원 안팎의 합의금을 지불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대표와 여성 연예인의 성관계 의혹이 제기되자 변호인 일부가 해당 연예인을 찾아가 “추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수천만 원을 지급한 증빙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와 전직 회사 여직원의 성관계 의혹도 제기돼 변호사들이 각서를 작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 감형 구형에 전관 영향 미쳤나

10억 원(세후 5억7000만 원)은 정 씨의 도박 혐의 재판에서 낮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는 사유 등 자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단에 검찰 출신 변호인이 여럿 포함됐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등도 자문 요청에 응해 도박 사건에서 양형이 감형된 해외 사례 연구가 이뤄졌다. 정 대표 측은 기부를 하면 양형에 참작된다는 취지에 따라 억대 자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실제로 검찰은 1심 선고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구형량보다 6개월을 깎아주는 구형을 했다. 검찰은 또 항소심 재판 중 보석 신청에 대해 ‘적의 처리’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적의 처리는 재판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정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규율을 여러 번 위반해 징벌방에 수감되자 교정 전문 변호사가 동원됐다. 정 대표는 형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벌 처분이 결정됐다가 잔여 형벌이 면제되는 효과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A 변호사는 “처음에는 사건이 이렇게 복잡하고 일이 많을 줄 몰랐다. 직접 매일 접견을 가서 얼굴을 대면하는 조건까지 있어 힘들었다. 자문단에는 대형 로펌 3곳도 포함됐다. 자문 변호사들에게는 시간당 비용은 깎지 않고 드렸다”라고 밝혔다. A 변호사는 “이 정도로 일하고 정 대표에게 폭행당한 게 알려지면 (20억 원을 혼자 챙겼다는 비난 여론이) 좀 나아지려나요. 아니면 제가 정 대표의 금전출납부처럼 일한 사실이 알려지면 제가 더 비참해지려나요”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정 대표의 구형량이 1심보다 감형된 점, 검찰이 정 대표의 보석에 ‘적의 처리’ 결정을 한 점으로 미뤄 사건이 ‘전화변론 의혹’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는 보석신청이 기각된 후인 3월 초 A 변호사에게 “석방되면 성공보수로 30억 원을 주겠다”고 했다가 이튿날 A 변호사 등에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A 변호사를 해임하고 30억 원을 되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