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정부 심사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방송통신 분야에서 역대 최장 기간 심사인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심사기간(145일)을 넘겼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된 공정위의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기간은 25일 기준으로 147일을 맞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느라 결정을 내리지 못해 방송통신업계 전반에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장고(長考)하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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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최장 120일이다. 하지만 자료 보정과 추가 자료 요청에 걸리는 시간은 제외돼 사실상 심사기간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기업결합 건은 통신, 방송 등 여러 시장에 걸쳐 있어 경쟁 제한성 검토가 쉽지 않고,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명령을 어떻게 설계할지 검토하는 단계도 필요하다”며 “내부적으로 일부러 시간을 끄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향후 다른 부처의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면 다른 부처가 이를 뒤집는 결론을 내리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가 심사 당시 이남기 전 공정위 위원장이 SK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등 과거의 ‘트라우마’로 이번 사안을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M&A의 심사를 진행 중인 정부 관계자는 “교도소 위를 걷는 심정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칠 청와대에서 말을 아끼고 있는 점도 결정이 지연되는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 분야에 대한 청와대 정책방향의 윤곽이 그려져야 ‘여소야대’로 가뜩이나 몸을 사리는 정부 부처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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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의 지역성’ 20대 국회 쟁점 될까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가 만약 조건부로 이번 합병을 허가하면 자문위원(통신) 및 심사위원(방송)을 구성해 최대 일주일간의 합숙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부에서 내놓은 심사안을 토대로 사전 동의 절차를 밟는다. 반면 공정위가 불허하면 후속 절차는 자연스럽게 생략된다.
결국 3개 부처의 심사기간이 모두 끝나면 7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KT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와 경쟁위원회(FTC)가 2015년에 결론을 낸 합병 건들은 발표부터 정부 결정까지 평균 10개월 이상 걸렸다”며 “이번 결정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M&A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20대 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통과된 이후 이번 사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안이 19대 국회에서 폐기되면 20대 국회에서도 정부입법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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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곽도영 /세종=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