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9일 화요일 맑음. 곱창의 역사. #205 Sinn Sisamouth ‘Prous Teh Oun’
16일 밤 서울 마포구 코스모스에서 신 시사뭇의 손자인 신 세타콜(아래)이 캄보디아 DJ 오로(위)의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신중현, 김정미 같은 우리나라 옛날 팝을 맘껏 들을 수 있어 해외 팝·록 음악인들도 즐겨 찾는 곳. 이날 내가 간 곳은 정확히 말하면 곱창전골의 골방쯤 되는 자매 바(bar) ‘코스모스’다.
거기서 이날 밤 ‘팝스 아시아나 디제잉 파티’가 열렸다. 1960, 70년대 파키스탄과 캄보디아의 팝·록 음악을 실컷 들었다. 곱창전골처럼 야릇하고 등심구이처럼 대담한 그 음악들, 미러볼과 빨간 조명, 다락방 같은 테라스가 풍기는 시대 초월 분위기 덕에 현실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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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이 휘어진 그 밤은 깊었다. 마침내 세 번째 순서. 본토 캄보디아에서 온 오로 씨가 DJ를 맡고 1960년대 캄보디아의 전설적인 음악가 신 시사뭇(1932∼1976)의 손자인 신 세타콜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행사를 기획한 이봉수 비트볼뮤직 대표에 따르면 신 시사뭇은 ‘크메르 팝의 황제’. 크메르 전통음악에 서구의 팝과 사이키델릭 록을 합쳐 독특한 조류를 형성했고 후진 양성에도 힘써 우리로 치면 신중현과 남진을 합친 것 이상의 족적과 위상을 차지했다고 했다. 훌륭한 캄보디아 대중음악의 전통은 그러나 ‘킬링필드’로 악명 높은 크메르 루주에 의해 1970년대부터 말살됐다. 객석에는 피 묻은 자국 음악의 역사를 LP와 함께 보관해 온 옴 로타낙 우돔 캄보디아 빈티지뮤직 아카이브 설립자도 자리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