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를 향한 의지’
당시 파격적으로 여덟 살 연상의 앤 해서웨이와 결혼했고 그의 아버지가 대금업을 했다는 사실 등을 제외하고 책은 상당 부분 추론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셰익스피어가 진짜 작품을 썼다고 차츰 믿게 된다. 집요할 정도로 촘촘하게 셰익스피어의 삶을 복원해낸 저자의 땀방울 덕분이다.
17세기의 장갑. 화려한 장갑을 만든 아버지 덕분에셰익스피어는 가죽에 대해 훤히 알았고 이는 작품에도 반영됐다.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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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성장에는 동갑내기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들을 몰살시키고 이집트 공주를 신부로 맞이하며 끝나는 말로의 ‘템벌레인’에 환호하는 관객을 보고 셰익스피어는 경쟁심에 불타오른다. 그의 윤리관을 단박에 전복시켰기 때문이다. 29세에 말로가 세상을 떠나자 ‘좋으실 대로’에서 말로 작품의 유명한 대사를 인용한 건 라이벌에 대한 헌사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연극에 매료됐고 원만하지 않은 가정생활을 했던 ‘인간’ 셰익스피어의 궤적이 곳곳에 담겨 있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동아일보 DB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로 가보자며 손목을 잡아끄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가 서로를 죽이던 잔인한 현실은 물론이고 연극을 보기 위해 목을 빼고 몰려들었던 군중의 모습이 실사 영화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이 모든 현장을 바라보며 골똘히 사색하고 글을 쓰던 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흐릿하고 비밀스러운’ 셰익스피어의 삶을 조각조각 맞춰 선명하게 보여준 솜씨가 일품이다.
책장을 덮은 후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을 함께 묶은 ‘셰익스피어 전집 4: 비극 1’(민음사) 등을 읽으면 셰익스피어의 인생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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