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응답없는 정치권/더민주]
차길호·정치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최측근 ‘경제통’인 최운열 당선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총선 당선자 대회에서 경제 특강을 위해 단상에 올라 처음 꺼낸 얘기다. 당선자 소개가 끝난 뒤 참석자 108명 가운데 절반이 이미 어수선하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당의 총선 공약의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준비한 강연 말미까지 자리를 지킨 당선자는 55명에 불과했다. 최 당선자는 6쪽에 이르는 강연록을 준비했지만 강연은 9분 만에 끝났다. 20대 국회에서 당이 추진해야 할 법안도 6개나 담아왔지만 단 하나만 소개했을 뿐이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여든 당선자들은 생환의 기쁨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서로 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더민주당의 승리는 정권 심판에 대한 반사이익일 뿐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라는 자성을 떠올리는 듯했다.
광고 로드중
내부 단속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경기 양주의 정성호 당선자는 “초선 의원들이 기백을 편다고 말씀하시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협 당선자(경기 부천원미갑)도 “당내 이견이 외부로 표출되기 전에 내부에서 조율하는 절차를 거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행사를 1시간가량 지연시키면서까지 이어진 당선자 소회가 끝난 뒤 ‘민생경제 특강’이 시작되자 당선자 절반은 이미 강연장을 뜨고 없었다. 민생을 챙기겠다는 7대 약속을 담은 당선자 결의문을 낭독할 때도 반쪽짜리 다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총선이 끝난 지 고작 한 주가 지난 뒤였다. 박병석 당선자(대전 서갑)는 이날 “정치인은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바다는 배를 순항시키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고 했다. 더민주당에 제1당을 안겨준 민심은 정치인들의 ‘초심’을 항상 기억하고 언제든지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차길호·정치부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