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유의건(柳宜健·1687∼1760) 선생의 ‘화계집(花溪集)’에 실린 ‘보응설(報應說)’입니다. 평화로운 제비 둥지에 침입하여 새끼를 잡아먹고 마침내 어미까지 죽인 뱀이니 죽어 마땅합니다. 처음부터 뱀을 죽였으면 어미 제비와 새끼 두 마리라도 살았을 텐데 진작 죽이지 않은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데 스님은 정말 왜 그러셨을까요. 혹시 무슨 깊은 뜻이라도 있었던 건지.
제비는 새끼 때문에 뱀에게 죽었고 뱀은 제비 때문에 스님에게 죽었다. 이는 모두 전생(前生)에 쌓았던 원한의 빚이 있었기에 서로 그 빚을 갚은 것이다. 그러나 뱀이 받은 보복이 더욱 심한 것은 왜인가.
처음 새끼 제비를 잡아먹었을 때도 그 죄는 죽어 마땅하였다. 그렇지만 요행히도 스님이 너그럽게 용서하여 지팡이를 휘둘러 쫓아버린 것에서 그쳤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맙게 여기고 욕심을 거두어 멀리 떠나야 마땅하거늘 다시 그 독수를 펼쳐서 돌아보거나 꺼리는 바가 없었으니 그 죄가 또한 무겁지 아니한가. 스님은 자비심으로 뱀을 대하였는데 뱀은 잡아먹으려는 탐욕으로 제비를 대하였으니 그 보복이 심한 것은 당연하다(僧以慈悲心待蛇, 蛇以殺貪心視燕, 宜其報之亟也).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