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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김용 총재와 ‘브로맨스’보다 깊은 관계” 대권 질문엔…

입력 | 2016-04-17 17:33:00


“저는 평소 반 총장님을 선배님으로 부릅니다.”

“요즘 ‘브로맨스’(brother와 romance의 합성어로 남성 간 우정 이상의 친밀한 관계)라는 말이 있는데, 저와 김 총재와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깊고 넓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57)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에서 열린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김 총재는 2012년 취임 이후 유엔과 함께 아프리카와 중동의 빈곤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총재가 유엔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는 연말 퇴임하는 반 총장의 환송회를 겸해 진행됐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은 각국 경제장관들도 함께 했다.

김 총재는 “반 총장이 평소엔 겸손해 보이지만 정상들과 대화할 땐 차분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달해 뜻하는 바를 관철 시킨다”며 반 총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반 총장도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가 아프리카를 함께 방문한 것은 두 기구의 60~70년 역사상 우리가 처음”이라며 김 총재에 덕담을 건넸다. 반 총장은 “주변에서 ‘반과 김의 훌륭한 모험’ 같은 TV쇼를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해 좌중에선 웃음이 나왔다.

두 사람은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농담도 소개했다. 김 총재는 “3년 전 한 행사장 무대 뒤에서 반 총장과 한국말로 대화한 뒤 무대 위로 올라오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두 한국인이 세상을 접수했다. 나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뭘 하려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해 웃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와! 두 한국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네‘라고 해서 ’한국인은 없다. 김 총재는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미국 여권을, 나는 유엔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답해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행사가 끝난 뒤 반 총장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고개를 가로 젓고는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4·13 총선 직후 여권의 차기 주자 1순위로 부상했지만 사무총장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한국 정치와 거리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