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선은 전망적 투표를, 총선은 회고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짙다. 대선은 미래권력을 선택하고, 총선은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을 중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선에서도 유독 ‘심판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다만 야당의 단골 메뉴인 ‘정권 심판론’뿐 아니라 여당이 제기한 ‘야당 심판론’, 제3당이 내세운 ‘양당 심판론’이 함께 등장한 것이 이채롭다. 그러나 어떻게 투표할지, 누구를 심판할지는 오늘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들의 몫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와 안보의 복합 위기로 국난 상황에 처해 있다. 경기 침체가 심하고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성장 엔진이 꺼져가면서 내수가 사그라들고 수출은 극도로 부진하다. 극심한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 불안 요인이다. 북은 핵과 미사일 불장난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로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치명적인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만큼 귀중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표를 얻는 데 급급해 안보 위기를 잊고 있다. 마치 태평성대라도 맞은 듯 누구도 진지하게 위기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
총선이 끝나고 두 달 뒤 20대 국회가 출범한다고 당장 위기를 해결할 묘방을 내놓진 못한다. 그럼에도 오늘 유권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과제는 19대 같은 못난 국회만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의 평균 처리기간이 517일이라는 것이 대체 말이 되는가. 20대 국회는 안보와 민생 경제를 도외시하는 무책임 비생산적 국회가 안 되게 해야 한다. 극한 투쟁을 주특기로 삼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후보,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구성원들처럼 안보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부터 현명하게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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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자체 분석을 토대로 전국적으로 승부를 예상하기 힘든 박빙 지역을 38곳으로 꼽는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30여 곳을 초접전지로 본다. 그중 20∼25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내가 행사한 한 표에 선거 판세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앞으로 4년간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20대 국회의 성격도 달라진다.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 투표장에 가서 시대정신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