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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SK 박희수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입력 | 2016-04-11 05:45:00

SK 박희수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서 9회초 마무리로 나와 공을 던지고 있다. 박희수는 이날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 673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스포츠동아DB


4일 연투…LG전 시즌 2세이브
스피드보다 볼끝·컨트롤 집중


“스피드만으로 야구하는 건 아니잖아요.”

개막을 앞두고 SK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마무리투수였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박희수(33)가 있었지만, 그를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박희수는 2013년부터 2014년 6월 어깨 부상으로 낙마하기 전까지 SK 뒷문을 철벽같이 지켰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뒷문을 지킨 정우람(31)과 윤길현(33)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박희수의 부활이 절실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1년 넘게 재활한 그에겐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시범경기 7경기에 등판해 6.1이닝 7실점(6자책)으로 1패 1세이브 방어율 8.53으로 부진했다.

정작 본게임이 시작되자, 박희수는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지워나가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7일 사직 롯데전(0.1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8일 문학 LG전에선 동점 상황에서 1.1이닝 무실점하며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놨다. 9일 경기에선 4-3의 살얼음판 리드에서 1이닝 무실점하며 2014년 6월 6일 문학 롯데전 이후 673일만에 세이브를 달성했다.

오랜만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느낌은 어땠을까.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그에게 “다시 마무리로 등판했을 때 느낌은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익숙하다, 편안하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시 이 질문을 하자, 그는 “마운드에 오르니, 환호성이 커지는 걸 느꼈다.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 팬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원해주시는 목소리가 힘이 많이 됐다”며 당시 느낌을 전했다.

시범경기 부진이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박희수는 “답답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래도 어쨌든 정식경기도 아니고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준비단계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박희수의 직구 최고구속은 현재 140km에 불과하다. 전성기 때에 비하면 5km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야구는 스피드로 하는 게 아니다. 그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희수는 “같은 구속이라도 볼끝이나 제구력이 중요하다”며 “시범경기 때나 지금이나 전광판에 찍히는 스피드는 똑같지만, 볼끝의 힘이나 컨트롤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구위가 올라와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스피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10일 경기에서도 마무리는 그의 몫이었다. 4연투였다. 7-6으로 1점차가 된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는 1사 후 정상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정주현에게 볼카운트 3B0S까지 몰렸으나 풀카운트까지 몰고 가 우익수 뜬공을 잡아냈다. 마지막 대타 이병규(배번 7)는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이틀 연속 세이브. 마지막 공은 140km짜리 직구였다. 높은 코스로 정확히 제구된 공은 그의 말대로 스피드보다 더 큰 위력이 있었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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