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무역센터점 ‘달달한 마케팅’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서예원 씨(27·여)는 두 달에 1, 2회는 꼭 강남의 백화점 디저트 매장을 찾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자가용을 타든, 백화점에 가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리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서 씨는 “강남의 대형 백화점을 중심으로 해외 유명 컵케이크나 마카롱의 디저트 매장이 생긴 이후 자주 찾게 됐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 씨처럼 백화점에 있는 이색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에 따라 디저트가 의류나 화장품보다 먼 곳에 있는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본보는 2015년 한 해 동안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상품군별로 백화점 카드로 3회 이상 구매한 단골 고객을 추렸다. 이어 그 단골 고객이 1000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분석했다. 무역센터점에는 매그놀리아 몽상클레르 등 해외 디저트 매장과 고래사어묵 같은 지역 맛집이 있다. 디저트 마니아들은 이곳을 ‘디저트의 성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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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간식 매장을 찾은 고객이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상품군별로 1년에 3회 이상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이 일으킨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연관구매율이 디저트·간식 매장이 66.2%로 가장 높았던 것. 화장품이 47.1%, 여성의류 35.2%, 남성의류 33.9%였고 명품은 17.1%에 그쳤다. 홍정란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장은 “고급 디저트와 유명 맛집을 다닌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백화점에서 디저트·간식 매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색 먹거리는 온라인 쇼핑으로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품이란 점도 백화점들이 디저트·간식 매장 확대에 애쓰는 이유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다수의 국내외 유명 디저트 매장을 입점시킨 판교점을 열었다. 지난해 판교점에서 상품을 산 고객 450만 명 중 절반이 판교점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장거리 거주자였다. 장거리 고객 5명 중 4명은 백화점 내 디저트·간식 매장을 찾았다.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 평택 등 장거리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이색 먹거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