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MVP를 만든 가족의 힘 아기때 큰 병 앓자 건강 직접 챙기고 새벽마다 체육관 동행 유연성 훈련
고려대 시절 어머니(오른쪽)와 스트레칭 훈련하는 이승현. 이승현 제공
그가 포워드나 센터로서는 키가 크지 않은 데다 공격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빠르게 감독의 주문을 이행하고 공수에서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하는 ‘헌신 농구’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신체 특징에 맞는 농구를 빨리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 있는 부모의 몫이 컸다.
이승현이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농구인은 거의 없다. 이승현의 아버지 이용길 씨는 “1988년에 큰아들을 낳고 하나만 잘 키우자는 생각으로 둘째 계획을 갖지 않았는데 우연히 승현이가 생겼다”며 “집안 사정 등으로 아이를 낳지 않을 고민까지 심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승현의 부모는 아들이 장단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왔다. 이승현은 중학생 시절 성장판 검사에서 키가 2m 이상 자랄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키 크는 속도(현재 197cm)가 예상에 못 미치자 이승현의 어머니 최혜정 씨는 이승현을 수시로 새벽마다 체육관으로 데려가 함께 스트레칭과 체조를 했다. 프로에 진출해서도 이 습관이 유지됐다. 이승현은 초등학교 시절 유도를 하면서 배운 낙법에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유연성까지 더해 장신과의 몸싸움에서도 신체 균형을 잘 유지하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 아버지는 아들이 고교 입학 이후 자신보다 키 큰 선수에겐 자제했던 왼손 훅슛을 다시 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