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전기 요금 체계는 모든 가정을 희생삼아서 특정 대기업 혹은 거대 기업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는 꼴입니다.”
2014년 8월, 곽상언 변호사는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체계를 적용, 각 가정으로부터 부당하게 징수해온 전기요금을 돌려 달라”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많이 쓸수록 값이 비싸지는 것)’가 부당하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법원은 “재판을 다시 하겠다”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고 있다.
이에 곽 변호사는 28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일부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한국 전기요금의 부당함에 대해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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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변호사는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기본요금도 다 다르다”며 “55kWh 사용자의 전기요금과 그것보다 10배를 사용한 550kWh 사용자의 전기요금을 계산을 해보면 누진율이 없다면 딱 10배 차이가 나지만 누진세를 적용하면 실제로 내는 돈은 42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적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곽 변호사는 “누진제 자체가 있는 국가 혹은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며 “(한전이 독점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외국 소비자들은 가장 싼 요금과 가장 좋은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세를 적용하는 건 우리 국민이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일까.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전기 소비량 중에서 주택용 전기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6위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소비량은 과반 이상인 5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정에는 전기를 많이 쓰면 누진세를 적용해 비용을 더 물게 하는 한편, 기업에는 오히려 전기를 더 많이 쓸수록 요금을 깎아주고 있다. 곽 변호사는 “우리나라 전체 전기소비량의 24%가량은 대기업이 사용한다”며 “현재 전기요금체계는 희한하게도 대기업일수록 더 깎아 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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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