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깜짝 3연승을 거뒀다. 26일 치러진 워싱턴 알래스카 하와이 ‘서부 트리오’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따돌렸다. 클린턴 대세론을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막판 스퍼트다.
최대 격전지였던 워싱턴 주(대의원 101명)에서는 득표율 72.7%로 클린턴(27.1%)을 45%포인트 넘는 격차로 승리했다. 알래스카 주(16명)에선 81.6%대 18.4%로 압승을 거뒀고, 하와이 주(25명)에서도 70% 가까운 득표율로 클린턴(30%)을 압도했다.
샌더스의 기사회생은 반(反)자유무역협정을 내세우며 미국이 잃어버린 제조업과 일자리를 되찾고 중산층을 되살리겠다는 공약이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특히 세 자릿수 대의원이 걸린 워싱턴 주에서 샌더스는 진보층과 청년층이 몰려있는 도시와 백인 인구가 많은 농촌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대의원 1733명을 확보해 샌더스(1039명)보다 700명 가까이 앞선다.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 수를 뜻하는 ‘매직 넘버(2383명)’를 놓고 보면 클린턴은 7부 능선을 넘었지만 샌더스는 이제 4부 능선을 넘었을 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