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조직문화 혁신 선언… 회의-야근 줄이고 직급 단순화 임원들 “권위주의 문화 타파” 서명
24일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 R4연구소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에 참석한 사업부장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석 VD사업부장(사장), 서병삼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 김기호 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 전동수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4일 경기 수원시 디지털시티 R4 연구소에서 사장단과 임직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열었다. 직급 및 보고 체계 단순화, 야근 및 주말 특근 최소화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효율적인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는 조직 문화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새 슬로건도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23년 전 아버지처럼 이 부회장도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한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계열사 전 직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됐던 2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삼성전자 중에서도 세트 부문에 우선 적용한다. 매출 규모가 크고 영업 방식이 다른 부품(DS) 부문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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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중장기 과제는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6월 중 직급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의 청사진을 확정 지은 ‘글로벌 인사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5단계 직급 체계는 3, 4단계로 축소된다. 승진을 앞둔 고참 선배에게 고과를 몰아 주는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회의 유형을 조사해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면 보고보다는 e메일 보고로 간소화하고 사원이 대리에게, 대리가 과장에게 보고하는 릴레이 보고 대신 팀원이 팀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게 된다. 상사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야근과 특근도 줄인다. 아울러 모든 삼성전자 임원은 ‘권위주의 문화 타파’를 담은 선언문에 직접 서명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험 성공 여부에 따라 국내 대기업 문화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