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경제부장
그는 요즘 돌파구로 이란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A 씨뿐만 아니다. 요즘 국내 경제계는 업종을 막론하고 이란 시장 진출을 화두로 내걸고 있다. 민간 연구소들은 앞다퉈 이란을 ‘금맥’ ‘사막의 오아시스’나 ‘잃어버린 중동의 아틀란티스’ 등으로 비유하며 공격적인 진출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1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잠재력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우선 자원부국이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에 각각 랭크돼 있고, 아연 구리 철광 우라늄 등 68종에 이르는 다양한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8000만 명에 30세 이하 젊은이가 60%나 돼 상품판매시장 가치가 높다. 최근 경제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이란의 경제성장률을 5.8%로 전망했다. 이달 14일 테헤란 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는 80,236으로 마감해 2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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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란을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건설사 관계자들이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요즘은 면담 일정 잡기도 어렵다고 한다.
조만간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내놓을 선물보따리를 찾는 정부의 행보도 탐탁지 않다.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요즘 의료 건설 제조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이야기되는 프로젝트’를 찾느라 분야별 기업 관계자들을 조르고 있다고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기대에 맞출 만한 의미 있는 양해각서(MOU)를 작성할 정도의 진척된 사업이 많지 않다”고 호소했다.
우려되는 건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라며 내놓은 대형 프로젝트가 관련 기업과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적잖았다는 점이다. 이달 초 사옥 매각과 인력 30% 감축 등을 담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석유공사는 창사 이래 가장 큰 4조8000억 원, 광물공사는 2조600여억 원의 적자를 냈다. 두 공사 모두 재임 시절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순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낭패를 봤다.
‘희망의 지푸라기’를 찾는 기업인들에게 이란은 ‘썩은 동아줄’이 돼선 안 된다. 이란은 5000년 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교역을 했던 ‘페르시아 상인’의 나라다. 그들의 대표적인 상술 중 하나가 ‘이란판 만만디’로 불리는 ‘야바시(Yavash)’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가 야바시와 충돌해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민관 모두 치밀하게 준비하고 정교한 전략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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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