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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프랑스 파리의 K북

입력 | 2016-03-22 03:00:00


2014년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정해졌을 때 일이다.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당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장관은 카날플뤼스 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모디아노의 소설 가운데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펠르랭 장관은 모디아노의 소설을 하나도 읽은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장관으로 일한 지난 2년간 너무 바빠 독서를 못했다”고 말했다가 문화장관이란 사람이 책도 안 읽는다고 해서 오랫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에는 동네서점이 아직도 남아있다. 파리 15구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다. 그곳 콩방시옹 거리의 ‘르 디방(Le Divan)’이란 서점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 사서들이 신간을 직접 읽고 소감을 짧게 손으로 적은 쪽지를 신간에 꽂아놓는다는 사실이었다. 서양의 서점은 독서클럽으로 시작했다. 우리의 짧은 근대사에는 독서클럽이란 부분이 생략돼 있다. 그래서 서점을 책을 파는 곳으로만 여기지 책에 대한 느낌을 주고받는 곳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6 파리 도서전’이 17일부터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려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그제 막을 내렸다. 공식 개막 전날인 16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전시장을 방문해 3시간 가까이 머물면서 작가, 출판인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마뉘엘 발스 총리도 찾았다. 주무장관인 오드레 아줄레 문화장관은 두 번이나 왔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대통령은커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영국 최고의 맨부커상 후보에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한강이 올랐다. 한강은 파리 도서전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한국 작가였다. 우리나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한강의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를 읽어봤느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미국 시사문예지 ‘뉴요커’가 올 1월 “한국인은 책도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지적했을 때 정말 뜨끔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읽지 않으면 파리의 K북도 없고 세계의 K북도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