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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黨주류 ‘벼랑끝 대치’

입력 | 2016-03-22 03:00:00

비대위, 비례대표 2차례 수정안… 金 “친노, 패권행사 말라” 거부
黨주류 “2번 줘도 지명 전권은 못줘”… 심야 중앙위서 정체성 문제 공세
일각 “金 사퇴땐 총선 차질” 딜레마




분당 사태 이후 안정을 찾는 듯했던 더불어민주당이 4·13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파국 일보 직전에 몰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무 거부에 제1야당 더민주당은 21일 하루 종일 우왕좌왕했다.

더민주당 비대위는 이날에만 김 대표를 위한 ‘중재안’을 두 차례나 만들어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전날 한 차례 연기돼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던 당 중앙위원회는 두 차례나 연기돼 오후 8시에 열렸지만 파행을 거듭했다. 김 대표는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패권을 하려면 잘하라고 해. 그 따위로 패권 행사하려고 하지 말고…”라며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의 거센 반발에도 당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김 대표를 제외한 비대위원들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 대표에게 7명을 전략공천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비례대표 순번은 중앙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하도록 하는 새로운 조정안을 마련했다. ‘7명 전략공천’ 방안은 1∼14번 사이의 당선 안정권 내 번호를 지정하고 김 대표가 후보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중앙위에서도 김 대표에게 비례 2번은 주더라도 7명 전략공천 권한을 주는건 문제가 있다며 격론을 벌였다. 친노 측 중앙위원들은 “비례대표 후보 중 물의를 일으키거나 지도부를 폄훼한 사람들은 걸러내야 한다”며 정체성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갈등의 본질은 김 대표에게 2번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를 누가 주도권을 쥐고 어떤 성향의 인물들로 배치할 것이냐인 셈이다.

앞서 이날 오후에는 비대위가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1차 조정안을 ‘의결’했다. 비대위 회의 직후 이종걸 원내대표는 서울시내 호텔에서 김 대표를 만나 1차 조정안을 전달했지만 김 대표는 수용을 거부했다.

특히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자신을 만나기도 전에 조정안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 일부 비대위원에게 전화해 “이런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할 거면 그만두자”며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벼랑 끝 정치’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당의 처지를 자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여기까지 와서 김 대표가 진짜 물러난다면 총선은 사실상 끝”이라며 “어떻게든 김 대표를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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