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총장 송희영)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고려인 후손을 위한 장학생 제도를 신설하고 올 1학기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와 알마티 한국교육원 등의 추천을 받아 고려인 후손 자녀인 김일랴 씨(23·여·사진)를 첫 장학생으로 선발해 21일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후손 장학생의 첫 대상자인 김일랴 학생은 건국대 언어교육원 1년과 학부과정 4년 등 건국대를 졸업할 때까지 5년간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비, 월 50만 원의 생활비 등 파격적인 장학혜택을 받는다. 5년간 월 50만 원의 생활비 장학금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건국대에 기부한 호반장학기금 가운데 일부인 3000만 원으로 지원한다.
건국대의 카자흐스탄 고려인 후손 장학금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두 나라 간의 교류협력과 발전을 위해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중앙아시아협의회 등 교포사회의 요청을 학교가 받아들여 이뤄졌다. 김일랴 학생은 3월 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비행기로 4200여 km 떨어진 한국으로 와 건국대 기숙사에 머물면서 언어교육원에 입학해 한국어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김 씨의 조부모는 1937년 옛 소련의 극동 지방에서 화물 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 1세대. 김 씨의 고향 알마티에는 고려인과 그 후손 12만 명이 살고 있다. 김 씨는 고려인 2세인 아버지와 키르기스스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랴’라는 이름은 할머니 이름 ‘최일화’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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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미국 학교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고려인의 후손인 내가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웠다”면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미국에서의 공부를 접고 ‘할머니의 나라’ 한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던 김씨에게 카자흐스탄 교포사회와 건국대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 장학생 선발로 한국에서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것. 아직은 한국어가 서툰 그는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한국어 2급 등 학부과정 입학자격을 충족하게 되면 올해 2학기나 내년 1학기 학부 과정에 입학할 예정이다.
건국대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국제교류와 농업-정보기술(IT) 분야 해외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 송희영 총장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 방문 때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 중앙아시아협의회 등 고려인 교포사회의 장학생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고려인 후손을 위한 장학 제도’를 만들었고, 그 첫 장학생이 김 씨였다.
김 씨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운 후 대학 진학 때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일 건국대 행정관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식에서 송희영 총장은 “호반장학재단 김상열 회장의 도움으로 건국대학교가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 진학이 어려운 카자흐스탄 고려인 후손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양국 간의 교류협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또 “중앙아시아 고려인사회의 역사적 아픔과 민족적 슬픔을 극복하는 데 민족 사학 건국대학교가 함께 힘을 보태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고려인 후손 장학생이 여러 가지 부족하고 어려운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해 글로벌 인재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나의 뿌리를 알아가는 게 신기하고 즐겁다”며 “열심히 공부도 하고, 한국 문화도 익히고 배워,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