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정책사회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이날 개막한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16’을 둘러보던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렇게 말했다.
이 전시회는 세계 37개국의 의료기기 업체 1100개 사가 내놓은 3만여 점의 첨단 의료기기를 전시하고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수출상담회 등을 개최하는 행사. 방 차관은 재활로봇과 원격의료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신제품을 들여다보며 “인공지능 같은 기술 발전으로 미래 의학 시대가 곧 도래하는 만큼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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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당수 의사들은 이런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물론이고 정보기술(IT),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 지원 계획, 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반대하고 있다. 환자들의 안전과 공공의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작은 동네 의원들은 그렇다 쳐도 의료 분야의 기술 개발과 투자에 앞장서야 할 상급 종합병원들마저 의사 눈치만 보면서 입을 다무는 것도 문제다.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중국 같은 해외의 건강관리 및 의료 시장을 선점하려면 하루빨리 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테스트베드가 될 국내 시장부터 열리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의사와 수술 로봇이 몰려오는 시대를 외면한다면 정부의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목표는 공염불로 끝날 것이다. 그 피해가 환자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정은·정책사회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