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선적 ‘오리온스타’ 남해 통과… 해경, 정선 명령 없이 밀착감시만 “위법 첩보 없으면 검색 못해” 해명… ‘北 화물 전수조사’ 실효성 의문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이 17일 오후 경남 남해안 해역에 진입하자 해경이 경비함정 2척을 긴급 출동시켜 외교부의 대응 지침에 따라 밀착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선박의 화물 검색 명령은 내리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해경 제공
해경은 이날 “북한이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오리온스타’호가 오전 11시 45분경 여수해경 관할 해역에 들어와 동해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 배는 몽골 선적으로 15일 북한 남포항을 출발했으며 20일 청진항에 입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영해에 들어왔어도 위협이 없거나 구체적 범법 사실에 대한 첩보가 없으면 검색할 수 없다”며 경비정 508함 등 2척을 출동시킨 뒤 밀착감시만 했다. 이는 대북제재로 ‘북한 화물 검색이 의무화됐다’는 종전 정부 설명과 달라 주목된다.
정부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뒤 “북한발(發), 북한행(行) 화물에 대한 전수조사가 의무화돼 북한의 금지품목 거래를 전면 봉쇄하게 됐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오리온스타호는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31척 가운데 하나이고 남포를 떠나 청진으로 가는 배인 만큼 명백한 의무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해경은 “제재 대상 선박이라 해도 편의치적(便宜置籍·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이면 구체적인 혐의 없이는 검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박 등록 국가로부터 항의나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8일 독자 대북제재(북한 기항 선박의 180일 내 국내 입항 금지 등)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편의치적을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광고 로드중
2389t급 화물선인 오리온스타호는 한국 해역을 지날 때 북한 선원 20여 명이 승선했고, 무연탄 3600t을 싣고 있었다. 이 배는 한동안 태평양국가인 키리바시에 선적을 뒀고 ‘리치오션’이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된 고유번호(9333589)로 식별이 가능하다.
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