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노동격차 개혁, 국회가 깔아뭉개 개혁 일찍 단행한 선진국, 경제활력 살아나는 듯… 일자리창출 위한 유연성이 핵심 선거기간 얼마 남지않은 지금 각 당이 노동 정책 경쟁해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당들은 짧은 선거 기간 동안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정권심판론, 야당심판론이라는 상투적인 주장과 뿌리 깊은 지역 및 이념 대결, 인물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우리가 처한 경제 및 안보의 위기 상황과 그 극복 방안에 대해 정당과 후보자들이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2016년 이후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사회상과 시장규칙에 관한 개혁 이슈를 가지고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노동개혁을 비롯해 여러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으나 19대 국회는 이를 무력화시켰다. 노동개혁의 입법적 완결을 호소하는 정부의 요구는 공허할 뿐이었고 국회는 파견법과 같은 쟁점에 대해 토론다운 토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사이에 우리 기업들은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고, 청년실업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의 근로자 간 근로조건의 격차는 날로 더 커져 가고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개혁을 단행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빅뱅에 비유되는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한 독일은 당시 10%를 넘던 실업률을 현재 4.3%까지 낮췄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개혁 이후 전체 실업률과 청년실업률 모두 양호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들 나라는 노동개혁 이후 무엇보다 경제의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유럽의 노동시장 개혁은 노동법 제도의 유연화와 구직자를 위한 고용 서비스의 활성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구인과 구직)을 더 원활하게 매칭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해고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파견 제도와 기간제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또한 높은 임금 수준과 추가로 부담하는 임금 부대비용의 증가가 실업을 확대한다는 실증적 분석을 토대로 임금 체계 및 임금 수준의 개선과 부대비용의 절감을 도모하는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노동개혁은 지속적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노동법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고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춰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동시에 고용안전망을 강화하여 구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및 생활지원 제도도 확충해야 한다. 정규직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관대한 임금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노동개혁에 대한 국제 비교는 이러한 개혁 방향이 타당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총선에 나선 정당들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구호로 현재의 상황을 호도하지 말고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노동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국가에서 책임 있는 정당이 해야 할 역할이다. 총선 정국에서는 산적한 개혁과제 중에서 특히 노동시장의 규칙을 새로 정하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하여 제대로 경쟁해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