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집행 1월 성적 낙제점
○ 3월 말 재정 집행 몰아치기
재정 조기 집행을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 구상이 성공하려면 일단 시중에 돈을 최대한 많이 풀어야 한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매년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상황에서 예년보다 돈이 덜 풀리면 경기 왜곡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월 재정집행률 부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2월부터는 순조롭게 재정이 집행되고 있다. 당초 1분기 목표(30%)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정 조기 집행으로 기대했던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지출이 많지 않은 1, 2월, 그중에서도 1월부터 바로 재정이 집행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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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즉각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3조5000억 원의 예산을 지난해 말에 조기 배정했다. 국방부의 병영생활관 부속시설·일반지원시설(1161억 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전문인력 역량 강화(524억 원), 국토교통부의 8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2조1000억 원) 등 주로 국민체감도가 높고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일부 사업은 1월 중에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방위사업청의 전자기파(EMP)방호시설·군단지휘시설 신축 등 4개 사업에 1230억 원을 배정했지만 방호시설사업 예산은 1월에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SOC 사업 역시 대규모 예산 배정에도 불구하고 집행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국토부의 1월 재정 집행 실적은 2조2876억 원으로 연간 계획(36조6295억 원) 대비 6.2%에 머물렀다. 이는 전체 집행률보다 2%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2.0%), 한국도로공사(0.5%), 한국농어촌공사(0.3%)도 낮은 수준이다.
○ 업무보고로 인해 조기 집행 차질
1월 재정 조기 집행이 부진한 이유로는 1월 중순경 시작되는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4일부터 26일까지 업무보고를 받았다. 정부가 아무리 재정 집행을 독려해도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기 전까지는 사업 실행이 이뤄지지 않는다. 재정 조기 집행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연초 업무보고 시기를 전년 말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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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1월 재정 집행을 각 부처의 자율에 맡겨두고 있는 점도 집행률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기재부의 압박이 없다 보니 일선 기관들도 “2월이나 3월에 가서 목표치만 채우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기관에선 최근 재정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는 바람에 예산 집행이 전면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일선 부처 사업담당 관계자는 “결국 책임은 현장에서 지는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