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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상향공천이 되레 현역 보호막… 野 물갈이도 기대이하

입력 | 2016-03-15 03:00:00

[총선 D-29]현역 교체 지지부진
14일 현재 현역 물갈이 비율 20%대




여야는 지난달 공천기구를 띄울 때 “현역 의원이라도 저(低)성과자는 공천 배제하겠다”(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국민의 지탄을 받는 후보는 안 된다”(더불어민주당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며 현역 의원 물갈이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4·13총선 후보등록(24, 25일)을 열흘 앞둔 14일 현재 막바지에 이른 여야의 공천 작업을 보면 현역 공천 배제(컷오프)의 칼날이 생각만큼 날카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與 상향식 공천의 덫에 빠졌나

새누리당이 이날 발표한 6차 공천 및 2차 경선 결과 현역 의원 10명이 컷오프 또는 경선 패배했다. 이날까지 현역 의원 157명 가운데 컷오프, 경선 패배, 불출마를 아울러서 교체 대상 현역 의원은 34명. 비율로 따지면 21.7%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의 물갈이 비율은 49%였다.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이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날까지 발표된 경선 결과 현역 의원은 19개 지역에서 경선을 치러 14곳에서 승리했다. 승률은 73.7%. 이 때문에 “유능한 후보들이 상향식 공천제를 통해 정치권에 대거 수혈될 것”이라고 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도 상향식 공천 원칙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만 탓하기에는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구태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살생부’ 루머, 사전 여론조사 유출, 윤상현 의원 막말 논란 등 당내 분란이 커지면서 현역 의원 컷오프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그 사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은 무난하게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 진출했다. 한 당직자는 “이번 공천은 현역 의원들의 담 쌓기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4·13총선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대구 공천을 계속 미루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한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이 지역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에 대한 공천을 고민하다 시간만 끌었다는 얘기다. 논란 끝에 이날 대구지역 현역 의원 4명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계파 갈등 와중에 나온 컷오프라는 해석이 많다.

○ 野, 포부는 장대했으나…

더민주당이라고 해서 물갈이 비율이 새누리당보다 훨씬 높은 것도 아니다. 더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이미경 정호준 의원을 공천 배제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취임한 1월 28일 당시 의석수 110명 기준으로 현재까지 모두 30명이 물갈이됐다. 비율로 따지면 27.2%다. 다만 13일에야 시작한 경선 결과에 따라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추가 경쟁력 평가에서 하위 50%에 포함된 3선 이상 중진 의원, 하위 30%에 든 초·재선 의원 중에서 2차 컷오프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전 대표 때 만들어 놓은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에 더해 더 많은 현역 의원 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날 사실상 종결된 현역 의원 공천 결과를 보면 추가 컷오프 대상자는 1차 때와 같은 10명이었다.

예상보다 낮은 물갈이 수치에 대해 김 대표는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의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쟁력이 낮은 현역 의원을 바꾸려고 해도 이를 대체할 만한 후보자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더민주당 측에선 지난해 ‘탈당 러시’ 이전 의석수 127석을 기준으로 컷오프 대상에 탈당자까지 포함하면 물갈이 의원은 45명, 비율은 35%로 19대 때 31%를 웃돈다고 반박한다.

국민의당은 현역 물갈이의 명함도 못 내밀 상황이다. 이날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상임공동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박지원 의원 지역을 비롯해 23개 지역구를 단수 공천했다. 또 광주의 김동철 장병완 권은희 의원은 경선 지역으로 선정됐다.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 한 명을 제외하고는 현역 19명 중 18명이 단수 공천 또는 경선 지역으로 컷오프 관문을 통과했다.

당초 당을 만들 때만 해도 현역, 특히 호남 의원들에 대한 지역의 물갈이 요구는 작지 않았다. 그러나 공천 방식을 두고 현역 의원 진영과 지도부의 얽힌 이해관계 속에 일단 컷오프는 넘어간 것이다. 소속 의원 수가 적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숙의배심원제 경선에서 추가 컷오프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송찬욱 song@donga.com·차길호·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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