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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3패뒤 심리적 부담 덜고 실험적 대국

입력 | 2016-03-14 03:00:00

[‘인간’ 이세돌 3패 뒤 첫 승]안정 되찾은 이세돌




“인간과 둘 때는 0 대 2로 지고 있을 때도 이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3국에서 중압감을 이기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이 12일 3국에서 패하며 알파고와의 5번기에선 진 뒤 이렇게 말했다. 인류 대표로 나서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4국에서 그는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버렸다. 3국이 끝난 뒤 이 9단과 같이 저녁 식사를 했던 한종진 9단은 “이 9단이 4, 5국은 5번기와 상관없이 알파고에 한 판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4국을 시작하면서 그는 1∼3국 때의 굳은 얼굴이 사라졌다. 파르르 떨던 손끝도 한결 안정됐다. 이전에는 알파고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알파고로부터 한 수 배우겠다는 이 9단의 표정은 오히려 편한 모습이었다.

이런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이 9단은 기계이긴 하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프로 기사가 두는 수보다는 ‘알파고스러운’ 수를 두며 초반을 이끌어 나갔다.

이 9단은 4국을 이긴 뒤 “한 판을 이겨 그동안의 심리적 부담을 거의 덜어냈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이날 마지막 심리전은 기자회견 때 나타났다. 그는 “오늘 백으로 이겼으니 내일은 흑으로 이기고 싶다”며 “구글 측이 허락한다면 5국 때 돌 가리기를 하지 않고 흑으로 두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은 즉석에서 허락했다. 바둑계에선 알파고가 백을 잡을 때가 더 낫다는 걸 알면서도 이 9단이 흑을 잡겠다고 한 건 ‘멋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자신에 대한 최면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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