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원영 군(7)의 친부 신모 씨(38·원 안의 모자 쓴 사람)가 계모 김모 씨(38)와 함께 지난달 12일 아들의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있는 모습. 경찰은 이를 포착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증거로 신 씨 부부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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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원영이에게 화장실은 ‘감옥’이었다. 새 엄마는 원영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화장실에 감금하고 하루 한 끼만 줬다. 원영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하면 폭행을 일삼았다.
지난달 1일 오후 1시경 새 엄마는 원영이를 소리 질러 불렀다. 대변을 옷에 묻혔다는 이유였다. 새 엄마는 원영이의 옷을 벗긴 뒤 화장실로 끌고 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샤워기로 찬물을 뿌린 뒤 화장실 문을 밖에서 잠갔다. 이미 6일 동안 굶었던 원영이는 난방도 되지 않는 화장실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9시 반경 원영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이 감금하고 굶긴 ‘악마 계모’, 방치한 아빠
경기 평택에서 실종된 신원영 군(7)이 계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신 군의 친부인 신모 씨(38)와 계모 김모 씨(38)로부터 화장실에서 숨진 아들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고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서 신 군의 시신을 찾았다고 12일 밝혔다. 시신 일부는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암매장 장소에서는 삽 2자루도 함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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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군의 몸에는 잔혹한 학대 흔적이 역력했다. 경찰의 의뢰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1차 소견에 따르면 신 군의 머리에는 오랫동안 외부의 충격으로 생긴 멍 자국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됐다. 국과수는 또 신군의 위(胃)에는 아무런 내용물이 없었으며, 피부에도 지방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점에 비춰 사망 당시 신 군이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키는 112.5cm로 또래에 비해 매우 왜소했다. 이를 근거로 국과수는 신 군이 장기간 폭행과 영양실조, 저체온증 등이 겹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친부 신 씨는 학대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사망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 신 씨 부부는 사망한 아들의 시신을 이불에 말아 집 베란다에 10일 동안 방치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11시 20분경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들의 시신을 차에 싣고 신 씨 아버지의 묘지가 있는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으로 차를 몰았다. 주변 사정과 지리에 익숙한 곳을 암매장 장소로 고른 것이다. 부부는 묘소에서 약 5m 떨어진 곳에 깊이 50cm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암매장했다.
●거짓말하던 부부, 증거 나오자 자백
경찰이 부부의 자백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증거는 이들이 암매장 장소 근처 슈퍼마켓에서 쓴 신용카드 내역이었다. 그동안 부부는 아들이 실종됐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계모 김 씨는 4일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양육문제로 다툰 뒤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아이가 없어졌다”며 “‘남편에게는 강원도 지인에게 맡겼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했다. 남편 신 씨 역시 부인 말을 믿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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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 증거를 토대로 진술이 엇갈린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하자 부부는 12일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신 군이 입학하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들 부부를 체포한 지 5일 만이다. 이들은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