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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음주운전 안말리면 동승자도 형사처벌”

입력 | 2016-03-09 03:00:00

[시동 켜요 착한운전]




검찰이 앞으로 차량 운전자가 술을 마신 사실을 알고도 운전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동승자를 음주운전자와 함께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또 음주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에 대해 살인범에 준하는 처벌을 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로 처벌 범위를 넓히고, 음주 사고로 사람을 죽여도 상당수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는 의도다.

○ 음주운전자 동승자 방조범 처벌

김수남 검찰총장은 8일 대검찰청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음주운전 사망 사고 처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 총장은 이날 “일본 재판소는 음주운전 사실을 안 동승자나 음주운전을 할 것을 뻔히 알고도 술을 판 식당 주인도 방조범으로 함께 기소해 실형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동승자라도 음주운전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추기지 않으면 형사 처벌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도 함께 차를 탄 사람은 방조 책임을 물어 형사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음주 측정 수치에 의존하던 검경의 현재 수사 관행도 앞으로는 동석자나 술을 판 식당 주인의 진술을 적극 수집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음주운전자와 함께 있게 되는 시민들이 처벌을 피하려면 음주운전자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에 아예 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음주운전자 동승자를 방조범으로 실제 처벌하려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동승자를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하려면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등 구체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만든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막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를 문제 삼아야 하는데, 동승자에게 음주운전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지 법적 판단 기준이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현재 음주운전 동승자들이 음주운전 방조죄를 인정받아 처벌받는 사례가 매년 약 50건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 사례를 위주로 구체적인 기준을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며 “세부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음주 사망 사고 법 감정 고려해 엄벌

김 총장은 또 이날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국민의 법 감정에 맞게 처벌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적어도 살인에 준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사고 처리 기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음주운전 사망 사고 선고 현황을 보니 평균 징역 1년∼1년 6개월, 그것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석방됐다”며 “일본 사이타마 재판소가 음주운전으로 9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사범에게 적용하는 혐의와 구형 기준을 강화해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검의 음주운전 엄벌 방침에 따라 법정 최고형이 징역 3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음주운전 사범의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이 나옴에 따라 2007년 12월엔 법정형이 징역 1∼30년인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죄가 신설됐다.

하지만 2014년 위험운전치사상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평균 선고형은 13∼14개월에 그쳤고, 가해자의 70%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살인죄의 최저 형량과 비슷하게 처리하고, 영국의 평균 선고 형량이 최소 5년인 것에 비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대검에 따르면 한국의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6.5명) 중 최고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행위자 위주로 처벌하던 음주운전 범죄의 처벌 범위를 동승자로까지 넓히고, 과태료가 아닌 법원의 형량으로 처벌해야 경각심이 높아지고 음주운전 예방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정성택·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