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근대 거장 시리즈-변월룡’展
변월룡 작가가 소련 정부의 지령으로 북한 평양미술대 학장으로 재직한 시기인 1953년에 그린 유채화 ‘판문점에서의 북한 포로 송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변월룡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그곳 예술아카데미 교수를 지내며 일생을 보낸 작가다. 미술관 측은 “역사의 증인이자 경계인으로서 세상과 자기 내면을 바라본 시선을 화폭에 담았다”고 의미부여를 했지만, 작가 연보를 짚어보면 이주민으로서 드물게 현지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비교적 순탄한 삶을 꾸려간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력 중 눈에 띄는 부분은 1953년 7월 소련 정부의 지시를 받고 북한으로 파견돼 15개월간 평양미술대 학장과 고문을 지냈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평양미술대를 재건하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전수하라는 임무였다. 월북 화가 김용준, 벽초 홍명희, 승무를 추는 최승희를 모델로 한 초상화가 그때 그려졌다. 1994년 러시아 유학 중에 변월룡의 그림을 처음 접하고 10년 전부터 국내 전시를 추진해온 미술평론가 문영대 씨는 “1954년 북한 당국의 귀화 요청을 거부한 뒤부터 변 작가는 평생 동안 북한 입국을 금지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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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