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상대 2년째 소송…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
4일 서울 영등포의 건강보험공단 남부지사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한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최근 본사를 강원도 원주로 이전한 건강보험공단은 9일 개청식을 앞둔 상태다. 성 이사장은 “원주 시대를 맞아 공단은 국민들의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맞춤형 건강 서비스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국내 첫 ‘담배 소송’의 제 7차 변론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지난 4일. 치열한 법정싸움을 마치고 본보 기자와 만난 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68)은 “해외에서도 승소 판결이 나올 때 까지 17년 정도가 걸렸다. 우리도 10년 이상 장기전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책반을 만들었고 반드시 이기겠다”며 결의를 보였다.
이 소송은 2014년 4월 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을 상대로 낸 53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법정싸움이 본격화하면서 건보공단은 최근 보건의료단체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범국민 흡연폐해대책단’을 꾸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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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건강보험의 현재 재정 상태에 대해 “현재 17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법에 적립하도록 명시된 한해 예상수입액 50%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대로라면 2025년에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게 지급되는 보험금만 매년 2조 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또 여전히 답보 상태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공정하지도 못하고 형평성도 떨어지는 현재 시스템은 개편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총선이 끝나고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개편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정치적 상황에 가로막힌 개편 논의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성 이사장은 특히 40%에 이르는 피부양자들 중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소득이 많은 재력가임에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사람들을 걸러내 이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이달 초 본사를 강원도 원주로 옮긴다. 이곳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충과 운영, 빅데이터 관리 등에 대한 새로운 목표와 방향들을 설정 할 예정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관련해 그는 “2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3대 비급여에 대한 보장률을 높이면 현재 62% 수준인 보장률을 2018년까지 68%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을 비롯한 각종 민간보험이 사실상 필요 없게 느껴질 정도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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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사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올해 안에 400개로 시행병원이 늘어나고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에서 시행돼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급병원들이 많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수가 보전을 통해 이런 불만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