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다
아이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Mnet·tvN ‘위키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영재 발굴단’(위 사진부터). TV 속 아이들의 모습은 사연 주인공, 천덕꾸러기, 영재 등 다양하게 연출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어른 입맛에 맞춘 제작 방식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각 방송사 TV 화면 캡처
○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키즈 프로
Mnet·tvN에서 동요 만들기 프로젝트로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위키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8명의 아이가 팀을 나눠 팀별로 동요를 만들고 경연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이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천진난만함은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한다.
이른바 ‘육아예능’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어온 키즈 프로그램들도 시청률과 간접광고(PPL)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서는 사랑이와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가 하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들의 부모들이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육아예능 프로의 한 관계자는 “리얼함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생명인 육아예능에서 아이들이 자라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교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아이들 논란에 시달리기도
어른들 입맛에 맞게 편집된 방송의 피해자는 아이들이 된다. ‘슈돌’과 SBS ‘오! 마이 베이비’에서 아이들이 고가의 PPL에 노출되거나 해외로 여행 가는 모습은 방송 초반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청자 김모 씨(29·여)는 “아이를 낳기 전 육아예능 속 아이들의 모습이 예쁘게 보였지만 육아를 한 뒤부터는 TV 속 아이들이 오히려 밉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슈돌’에선 축구스타 이동국의 아들이 마트에서 책 등을 어지르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전모 씨(34)는 “해당 장면을 보고 아이들이 최근 가게 장식물을 망가뜨린 게 생각나 ‘노키즈 존’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SBS ‘영재발굴단’도 영재들의 모습과 특징 등을 집중 부각시켜 영유아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TV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어른들이 주 소비층인 TV 프로에서 어른들 시각에 따라 아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연출이나 편집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