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어제 20대 총선 공천과 관련한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종로 등 전국 23개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하고, 부산 사하을 등 9곳을 단수추천지역으로 확정했으며, 청년과 여성 대표를 내세울 4곳의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했다는 내용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발표라 의아하다. 일각에서는 공천용 내부 여론조사 결과가 무더기로 유출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그렇게까지 믿고 싶지는 않다.
우선추천지역 선정은 김무성 대표와 이 위원장이 심한 신경전을 벌였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어제 발표된 4곳은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구라 현역 탈락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수추천지역 9곳에 포함된 경북 구미을에 현역 친박계 중진 핵심인 김태환 의원 대신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의 이름이 올랐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현역 의원 탈락이 나온 것이다. 친박계부터 시작해 비박계까지 현역 의원을 대거 물갈이할 것이란 시나리오의 신호탄인가. 며칠 전 논란이 됐던 이른바 ‘공천 살생부’ 명단에도 친박계 중진이 다수 포함됐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입당한 조경태 의원을 사하을에 단수 추천한 것도 의외다. 이래저래 공천 잡음 소재가 더 늘어나게 생겼다.
76개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자료의 유출은 부실한 당원명부와 더불어 공정성 시비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를 의심한다. 누가 무슨 의도로 유출했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려는 이전투구요, 공작정치다. 중앙선관위가 조사에 나섰고, 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에 수사도 요청할 예정이라니 창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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