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프린스턴 ‘공학-창업’ 강화 “로봇 등 신기술 발전속도 빨라… 뒤처지면 우수학생 유치 타격” ‘실리콘밸리 산실’ 스탠퍼드大, 공학중심서 인문학과 접목 확대
경제학과 정치학 철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유명한 프린스턴대는 1월 발표한 ‘대학 발전 전략’에서 ‘프린스턴 색깔을 담은 기업가 정신’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늘리고 대학 내 창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프린스턴대는 또 오랜 전통이자 경쟁력으로 꼽혀 온 소수 정예 대학원 교육 원칙을 공대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분야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도 검토 중이다. 대학원 규모를 키워야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의 창업 가능성도 커진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학은 폴슨 회장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메인 캠퍼스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인근 올스턴에 대규모 공대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특히 스탠퍼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비해 뒤지는 컴퓨터과학 랭킹을 짧은 시간 안에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미 최상위권 대학들이 공학과 창업 교육 강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창업과 첨단 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린스턴대만 해도 10년 전보다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4배나 늘었다.
또 3차원(3D) 프린팅과 로봇 등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것도 변화의 이유로 꼽힌다. 김병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원장은 “미래상을 크게 바꿀 기술이 대거 개발되는 상황에서 명문대들이 해당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학교의 연구 역량과 우수 학생 유치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학 분야와 창업 활성화를 통해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대규모 기금 유치에도 성공한 미 서부 명문대 스탠퍼드대 사례도 인문·사회과학을 강조해 온 명문대들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