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마치 관광객의 이동수단 박람회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다녀온 중국 장자제(張家界)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1982년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다. 한국인을 포함해 매년 수백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신들의 정원’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찾는다. 하지만 이런 경관도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일 것이다. 중국 당국은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산 곳곳에 다양한 이동수단을 설치했다.
십리에 걸쳐 산수화가 펼쳐진다는 ‘십리 화랑(畵廊)’은 계곡을 따라 설치된 모노레일을 타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대협곡의 봉우리 사이에는 5월 완공 예정으로 유리다리를 설치하고 있었다. 해발 751m의 톈쯔(天子) 산은 길이 2084m의 케이블카를 타고 7분 동안 오르면서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해발 1209m의 울산 신불산은 어떨까. 울산시와 울주군은 ‘영남알프스’의 한 자락인 이 산을 한국의 대표 산악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세웠다. 총길이 2460m. 하지만 시민·환경단체의 “환경 훼손”이란 지적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약자와 신체 장애인들도 케이블카로 영남알프스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하자”는 호소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세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는데 울산은 경직된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 다양한 이동수단이 설치된 장자제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산악관광회의 참석차 6일까지 유럽 순방에 나서는 김기현 울산시장은 스페인 몬세라트 케이블카 등 다양한 문화관광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에도 탄력을 받았으면 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악관광 개발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