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역사-도자기-건축 등… 여행 길잡이 하는 특정 분야 전문서 깊이 있는 문화체험의 플랫폼 역할
책을 읽고 길을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오페라, 역사, 도자기, 건축, 도서관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여행을 권하는 촉매제이자 길잡이가 되고 있다.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순한 관광보다는 한발 더 깊숙이 문화를 체험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아라 씨(24·여)는 지난해 8월 나폴레옹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을 2주간 다녀왔다. 여행 전, 유럽의 역사를 다룬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서유럽편’(김영사)을 읽었다. 신세계그룹이 인문학 부흥을 위해 2014년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매년 운영하는 ‘지식향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송동훈 작가도 동행했다. 서유럽 국가 대부분을 이미 다녀왔던 김 씨는 “파리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에서 나폴레옹의 무덤을 보고 워털루 전쟁 기념관을 찬찬히 보니 같은 유럽인데도 이전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며 “리더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유럽편, 동유럽편, 지중해편까지 3권으로 구성된 ‘송동훈…’은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출간된 후 지금까지 4만8000권이 팔렸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자전거를 타고 마쓰야마 성, 구마모토 현립 장식고분관 등 유명 건축물을 둘러본 ‘자전거 건축 여행’(차현호 지음·앨리스)에 나온 코스대로 자유 여행을 하기도 한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 공간’(백창화 지음·이야기나무), ‘유럽도서관에서 길을 묻다’(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서울모임 지음·우리교육)를 보고 도서관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이들도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순도 높은 정보가 제대로 정리된 건 결국 책”이라며 “전문적 문화 여행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책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