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콜릿/장선환 지음/44쪽·1만2000원/창비
책장을 넘기면 초원의 동물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차가 달려오고 있어요. 운전하는 사람이 초콜릿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운전자가 떨어뜨린 초콜릿은 붉은코끼리땃쥐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 이 초콜릿이 문제의 시작입니다.
이 책은 문명이 야생을 어떻게 유혹하는지,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생각하게 만들지요. 그렇게 야금야금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준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모든 끝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의미 없는 ‘처음’이 마지막에 일어난 일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 배치한 동물들의 움직임이 전개에 속도감을 더합니다. 붓 자국이 드러나는, 거친 듯 단순화한 선이 자유롭고 친근하게 느껴져요. 안정감 있는 색채가 자유로운 붓질을 정돈해주고 있어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