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 “대량포획으로 멸종위기”… 농민들 “농작물 피해 여전” 道 “토론회 개최후 연장 여부 결정”
수년 전 제주시 노형동 제주축산진흥원 인근 목장에 떼 지어 나타난 야생 노루. 노루가 한시적인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후 대량 포획이 이뤄지면서 이런 모습을 다시 보기 힘들어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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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제주시 노형동 제주도축산진흥원 주변 목장. 2, 3년 전만 해도 야생 노루 수십 마리가 떼 지어 풀을 뜯는 풍경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초지만 있을 뿐 휑한 분위기였다. 먹이를 먹는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났지만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목장 인근까지 진입한 펜션 등 건물 신축의 영향이 컸지만 무엇보다 대량 포획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는 조례 개정으로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후 2013년 7월 1일부터 해발 400m 이하 피해 농경지 반경 1km 이내에 서식하는 노루를 대상으로 포획을 허가했다. 노루 포획은 6월 30일까지 한시적이다. 노루 포획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계속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노루 포획 연장 논란
포획된 노루는 2013년 1285마리, 2014년 1675마리, 2015년 1637마리 등 4597마리로 집계됐다. 이들 노루 대부분은 식용으로 이용됐으며 337마리는 매몰 처분됐다. 생포한 뒤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 등으로 옮긴 노루는 2013년에 1마리, 2014년에 13마리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생포 실적이 없다. 생포 틀, 마취총 등으로 생포하는 작업이 힘들어지면서 포획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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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포획을 연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대량 포획으로 노루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민들은 농작물 피해가 여전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제주도 내부에서도 농정 관련 부서는 농민 입장을 대변하는 반면 환경 관련 부서에서는 포획 연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 개체 수, 적정 밀도 결론이 우선
제주도 측은 노루가 1만2000마리(2009년 추정)에서 1만 마리 이내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노루 수가 많을 때 7000∼8000마리를 넘지 않았고 포획 이후 현재 3000∼4000마리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개체 수가 늘었다.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 개체 수를 3300마리 정도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노루를 비롯해 야생동물의 적정 밀도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루 개체 산정을 위해 세계유산·한라산연구소는 적외선카메라, 레이저거리측정기 등의 장비를 동원해 농작물 피해 장소, 오름(작은 화산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노루의 먹이 식물을 2t가량 수거해 적정 밀도를 연구하는 기초 자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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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