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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野, 평생 야당하려고 테러방지법 막는 필리버스터 하나

입력 | 2016-02-25 00:00:00


야당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그제부터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3분 연설로 1964년 김대중 의원의 본회의 기록(5시간 19분)을 깼다. 세 번째 발언자인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연설로 1969년 박한상 의원이 법사위에서 세운 국내 최장 기록(10시간 15분)을 깼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과 함께 부활했다. 소수당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지만 우리나라에선 다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과의 합의 없이는 쟁점 법안이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엄격히 제한된다. 소수당이 입법을 저지하고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해주고도 필리버스터라는 3중 장치까지 둔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다수당이 되겠다고 민심을 살필 필요가 있겠는가.

테러방지법은 2001년 미국 9·11테러를 계기로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발의된 것이다. 대(對)테러센터를 설치해 테러 위험인물의 출입국과 금융 거래, 통신 이용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외국 기관들과 국제 공조를 강화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테러 대상 60개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북한 김정은은 대남테러 역량 강화까지 지시했다.

이런 판국에 야당이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첫 필리버스터 대상으로까지 삼으며 극력 저지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정보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야당 요구대로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고, 정보수집권은 국정원에 주되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까지 두었다. 그런데도 야당이 정보수집권마저 국민안전처에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 추세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여야는 빠르면 26일 본회의를 열어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곧바로 테러방지법 표결에 돌입하게 된다. 이를 막겠다고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면 총선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민주당은 선거구 획정까지 막으면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건가.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테러방지법 표결에 협조하는 것이 선거를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