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최영필은 KBO 등록선수 중 최고령이다. 2015시즌에는 59경기에 등판해 2008년(85.2이닝) 이후 최다인 63이닝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영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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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싸움…“누구도 날 기다려주지 않아”
마지막 93학번…“나이 들수록 한계는 높게”
日 카도쿠라 구속 역주행…“마음가짐의 차이”
“제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죠.”
현역 최고령 선수 타이틀은 오랜 시간 꾸준히 프로생활을 한 데 대한 ‘훈장’과도 같다. 그러나 그 무게감은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다. 1974년생으로 올 시즌 최고령 선수가 된 KIA 우완투수 최영필(42)에게 베테랑으로 사는 법을 들었다. 그는 “누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싸움을 소개했다.
● 현역 최고령 투수 ‘회춘’의 비결, “한계를 올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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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데뷔 이후 최다인 59경기에 등판해 2008년(85.2이닝) 이후 최다인 63이닝을 던졌다. 5승2패10홀드, 방어율 2.86. 시즌 막판이던 9월 타구에 맞아 손목이 골절돼 시즌을 조금 일찍 마감했지만, 오히려 ‘회춘’한 모습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베테랑으로 살아남는 법이 궁금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영필은 “많은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 유지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유지하려고 하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어도 올려보려고 해야 유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 베테랑으로 사는 법, “카도쿠라의 공을 보고 알았다”
명쾌한 답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도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선 한계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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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쿠라는 최영필과 불과 한 살 차이다. 여느 고참선수들처럼 현실에 안주하던 최영필도 카도쿠라의 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실패로 일본 독립리그까지 경험했지만,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한창 좋았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평소보다 조금 빨리 시즌을 접었다. 최영필은 “골절상으로 평소보다 2∼3주를 더 쉬었는데 몸을 만드는 시간은 한 달이 더 걸리더라.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서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일찍 몸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 현역 최고령 투수의 고백, “하루하루가 전쟁”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언제까지 현역생활을 연장하고 싶나”라는 물음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답을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올해가 있어야 내년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나이에는 중요한 게 지금 당장이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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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필은 자신의 목표를 무엇이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그 대신 “내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는 한마디 말로 자신의 처지와 살아가는 방법을 설명했다. 현역 최고령 투수 최영필에게 그라운드는 전쟁터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